[차한잔] 야구와 정치의 팬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야구 좋아하시면 응원하시는 팀도 있으실텐데.. 그 팀을 왜 좋아하게 되셨나요?
지금은 야구에 관심이 없지만, 어렸을 때 저는 OB베어스를 응원했습니다.
왜냐구요? 저희 형이 OB베어스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었거든요.
제가 살던 곳이 등촌동(지금은 화곡동) 코닥필름 광고판이 크게 자리잡았던 건물 근처였는데, 그 건물에서 OB베어스 어린이 팬클럽 가입을 하고 얇은 점퍼와 배낭, 힙색 등등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옛날이라 정확하지는 않을 겁니다.)
야구 경기장을 가본 게 성인이 된 다음이고, 그 때 응원한 팀도 OB의 상대팀인 쌍방울이었던 걸로 보면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은 거 같아요.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에 TV를 보면 항상 OB베어스를 응원하긴 했고, 지게 되면 기분이 나빴어요.
특히 연고지가 서울이어서 라이벌인 MBC 청룡을 미워하기도 했었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보통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아버지 고향팀을 응원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경북 대구 쪽은 삼성, 경남 부산은 롯데, 충청도는 빙그레, 인천은 삼미, 전라도 광주 쪽은 해태, 서울은 OB와 MBC 이렇게 말입니다.
근데, 이게 정치에서도 비슷하게 연결이 되는 거 같더라구요.
저처럼 20대 때 부모님의 정치색을 완전히 벗어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30대를 넘어가면 대부분 부모님이 지지하는 당을 지지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제가 최근에 저와 정치 성향이 반대인 친한 친구 둘을 만나서 진짜 심각하게 물어봤었거든요.
민주당과 문재인이 왜 싫으냐.. 그 이유가 뭐냐..
첫번째 친구는 문재인이 싫어서가 아니라 이회창 때 김대업 병풍 일으켰던 민주당이 싫고, 그 민주당이 역대 보여준 대북정책이 자신과 너무 안맞아서 싫다라고 하더군요.
다른 정책은 자신과 맞는 편이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지난 대선에 10년간 자유한국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바꾸긴 해야하는데, 민주당 찍으면 북한한테 질질 끌려다니면서 핵도 포기 못 시키고 이용만 당할 게 뻔해서 안철수를 찍었다고 하더라구요.
제 질문에 대한 두번째 친구의 답변은 한 마디로 그냥 싫다였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나 민주당 때문에 실질적으로 본인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었거나 앞으로 피해가 예상되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싫은 겁니다.
그 때 제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 바로 야구팬의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거나 지거나 제가 승부도박을 하지 않은 이상 실질적으로 입는 피해는 없죠.
그런데 기분이 나쁩니다.
그리고 왜 그 팀을 응원하게 되었는지도 왜 그 당을 지지하게 되었는지와 비슷합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그 팀의 회사를 다니거나, 가족 혹은 본인이 그 팀의 연고지 출신이거나..
나라를 팔아먹어도 새누리당이에요. 그냥.. 우리 고향이 대구니까...
뭐 물론 어떤 경기를 우연히 봤는데 너무 인상적으로 멋진 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팬이 된 사람도 있고, 정권을 잡은 정당이 편 정책 덕에 호의호식하게 되어서 지지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죠.
반대로 우연히 본 경기에서 빈 볼을 던진 투수의 인상이 좋지 않아서 싫어하게 되거나,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서 손해를 극심하게 보게되어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있겠죠.
하지만 골수 지지자 33%의 시각으로는 '며느리가 미우면 뒷꿈치가 달걀같다고 뭐라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뭘해도 미워보이는 겁니다.
첫번째 친구의 마음에도 아마 같은 부분이 일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요.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이런 지역기반 정치색이 요즘 들어 굉장히 옅어져 간다는 겁니다.
반대로 절망적인 것은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참는 건 계속된다는 거구요.
쓰다보니 야구팬 분들에게 욕먹을 글을 쓴 것 같네요..
그냥 제 생각이니까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재밌는 건 정치 성향이 다르더라도 죽마고우는 죽마고우입니다.
친한 친구일수록 정치 얘기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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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살다보니 제일 힘든게 모임가서.. 정치이야기 나올때 입니다.
무시하자니.. 그렇고.. 그렇다고 반박하자니 함 붙자가.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