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단상] 탈권위주의 그리고 SNS 시대의 민주주의
aurel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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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0:50:39
1. 이미 많은 분들께서도 인식하고 계시겠지만, 오늘날 정치적 분위기는 정말 혼란스럽습니다. "가짜뉴스"가 활개치고, 좌와 우를 막론하고 선동가들이 넘쳐납니다. 특히 기존의 매체들이 권위를 상실하고,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라는 것도 부재한 현재, SNS와 유튜브 등의 매체를 통해 잘못된 정보나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들불처럼 번집니다.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은 2030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퍼나르는 사람들은 65세 이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출처:https://www.theverge.com/2019/1/9/18174631/old-people-fake-news-facebook-share-nyu-princeton). SNS는 활자매체의 가장 충성스러운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연령대에서조차 막강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따라서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며, 대부분의 현대국가들이 비슷하게 겪고 있는 현상입니다. 지극히 21세기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트렌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2. 제가 꼰대라서 그런것이지도 모르지만, 과거에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과 SNS 이전 시대에는 권위있는 잡지들과 언론들이 있었고 존경받는 지식인, 기자들, 명사들이 공론장을 지배했고 대중은 이들의 의견을 경청했습니다. 케인즈와 하이에크는 직접 결투를 벌이지 않았지만, 지식인들은 이들의 철학을 바탕으로 품격있는 논쟁을 전개했습니다. 한편 언론은 보도의 신속성이 아니라 팩트의 정확성을 통해 평가받았었고 그것이 공익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를 통해 명성을 얻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의 명성은 전설적이었습니다. 정책에 대한 토론은 그때그때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 간의 두뇌싸움이었고, 또 그런 영향력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목소리는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지식인과 언론들은 일종의 필터역할을 하면서 대중의 감정이 다수의 폭정으로 흐르지 않게 제동을 거는 장치가 되었으며 또 사회에 이성적인 공론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3. 하지만 오늘날에는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권위"라는 게 무너졌습니다. 지식인 사회도, 언론도 모두 권위를 상실하고 모든 개인들이 "자칭 전문가"가 되어버렸습니다.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그리고 그게 꽤 짭잘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되면서 더욱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자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시대는 이게 가능한 여건을 마련해주었고, 영리한 사업가들은 이를 통해 큰 돈을 벌었습니다. 일베나 워마드, 정규재 메갈리아 등 모두 본질적으로 조회수와 트래픽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것이고 더욱 자극적이고 더욱 극단적인 자료를 마련할수록 조회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다 국제적인 스케일로 얘기하자면, SNS의 파괴력을 일찍이 인식한 기업들은 방대한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가짜뉴스를 의도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확산시켰습니다. [캠브릿지 애널리티카]가 대표적인 사례이지요. 아마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다른 나라에서도 이들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규모의 기업들이 있을겁니다.
4. 제가 보기에는 [공론장]이 무너졌습니다. 이성적인 토론을 유도하는 초당파적인 지식인 계층이 사라지고, 진영논리에 매몰된 팬덤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스스로 전문가를 자처하면서, 또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휘둘리면서 이미 보고 싶은 것과 다른 정보에는 무서울 정도로 공격적입니다. 또는 정당한 문제제기도 다분히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혐오를 표출하는 언어는 인터넷상에 지나칠 정도로 만연합니다. [혐오의 언어가 정상화]될수록 그런 정서가 우리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정상적인 정치적 행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입니다.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좌우 양측의 [폭력의 일상화]가 나치즘을 잉태한 것처럼 말이죠. 여기에는 사실 일차적으로 지식인과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초당파적이거나 객관적이어야할 책임을 방기하고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나팔수가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신뢰도나 권위는 추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적수준/교양수준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를 상실했습니다.
5. 물론 더 많은, 그리고 중요한 요인들이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 양극화, 가짜뉴스의 [효율적인] 확산, [혐오문화]의 확산 등은 경제적 양극화와 디질털 기술이 허용한 세계적 수직적(계층적)/수평적(지리적) 동시성(同時性)으로 더욱 커진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원래 각자의 공동체에서 유사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각자만의 클러스터를 형성해서 살면서 외부적 충격에 비교적 안전했던 것이, 디지털 시대로 인해 동시다발적으로 침투당한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정보가 넘처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그 어느때보다 커진것도 중요한 이유일 거 같습니다.
6. 자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것인가? 솔직히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현상을 방치하고만 있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사회 안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감정과 욕구 그리고 분노 등을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창구가 있어야 하며, 또 전문가 집단 또는 오피니언 리더들은 어떤 세력이나 트렌드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정말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정말 비범한 시대인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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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알았던 권위있는 잡지들과 언론, 거기에 종사하는 기자들 실상은 대부분은 기레기들이었고
존경받는 지식인, 명사들 실체는 상당수 정치 경제권력에 아부하는 어용지식인나부랭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