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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누구나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1화 소감

Nam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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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9 23:56:19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제목은 좋다. 

주인공은 20년째 입봉 못 한 감독지망생이다.

 

1화에서 이미 지쳤다.

 

이 소재가 왜 이렇게 오래, 이렇게 자주 반복되는지 생각해봤다. 20년 글 안 되는 감독지망생. 이건 캐릭터가 아니라 신화다. 진짜 예술은 오래 걸린다는 신화, 세상이 몰라주는 천재라는 신화, 고통이 곧 깊이라는 신화. 이 신화의 편의성은 한 가지 질문을 영구히 유예시켜준다는 점에 있다. 당신이 쓴 게 실제로 좋은가?

 

20년 동안 글이 안 된다는 건 정확히 말하면 글이 안 되는 게 아니다. 끝을 안 내는 거다. 끝을 안 내면 평가받지 않는다. 평가받지 않으면 자기 안의 천재가 훼손되지 않는다. 시나리오는 서랍 안에서 언제까지나 걸작의 잠재태로 머문다. 걸작이 될 수도 있었던 것. 이 미완의 상태가 그를 먹여 살린다. 고쳐 쓰는 행위가 곧 그의 정체성이다. 완성은 그 정체성의 사형선고다.

 

그래서 이 인물형은 실패한 예술가가 아니라 실패를 지연시키는 데 성공한 예술가다. 20년이란 숫자는 비극이 아니라 성취다. 20년 동안 심판받지 않고 버텼다는 뜻이니까.

 

드라마가 이 인물을 불러내는 방식은 대개 정해져 있다.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끌어안기 위해서다. 관객은 울컥하도록 설계된다. 그가 곧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각자의 시나리오를 서랍에 넣고 산다. 이 드라마는 그 서랍에 훈장을 달아준다. 너의 유예는 고귀하다고. 너의 망설임은 예술의 다른 이름이라고.

 

나는 이 훈장이 불편하다. 20년을 붙들고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는 있다. 그건 개인의 사정이다. 하지만 그 개인을 신화로 만드는 순간, 완성하지 않은 모든 사람에게 알리바이가 생긴다. 나도 그 주인공일지 모른다는 알리바이. 드라마는 이 알리바이를 정기적으로 공급한다. 그래서 이 소재는 사라지지 않는다. 수요가 있으니까.

 

아직 1화다. 이 드라마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주인공이 자기 신화를 스스로 깨는 쪽으로 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기꺼이 지금의 피로를 거둘 것이다. 다만 1화를 보고 나서 든 기분은 이것이다. 정직한 문장을 하나 꺼내보자면 이거다. "20년이 걸린 게 아니다. 20년 동안 감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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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미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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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9 15:02:57

2화에서는 조금 풀어집니다... 나의아저씨 때도 처음 몇 화가 정말 힘들었는데 이 드라마도 그런듯해요. 재미있게 보고있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트루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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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9 15:15:56

재미있게 잘보고 있습니다  2화에는 서서히 뭔가가 전개될것같은 느낌이......

요츠바랑
2026-04-19 15:51:06

세상이 몰라주는 천재 신화 쪽은 아닌거 같은데요. 드라마 공개 전 티져만 봐도 그 쪽은 아니었던거 같은데. 

Jean Reno
Updated at 2026-04-19 16:38:59

유튜브 클립만 봤지만,

남자의 시나리오에 결여되어 있는 것

본인의 삶에서 비어 있어서 결여되었어도 못 느낀 것 

그것을 그녀와 만나면서 찾아가는 얘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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