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이름은' (추천) 역사를 다루는 세심한 시선
4.3 을 모르시는 분들에게 오히려 더 흥미로울 이야기
'내 이름은' 은 굉장히 잘 조율된 이야기가 장점인 영화다
이렇게 역사적인 상흔이 아직 남아있는 사건을 다루는 영화들은
자칫 조금만 줄타기를 잘못해도 과도한 프로파간다가 되거나
사건의 역사적 무게에 짓눌려 극 영화로서의 장점은 잘 살리지 못한
괴작이 되거나 하기 일쑤다
안중근을 다룬 도마 안중근이나 영웅이 그랬고
미장센에 미쳐서 정작 핵심 인물을 제대로 조명조차 못한 하얼빈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4.3은 아직도 그 공간에 남아있는 생존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에게는
어제와 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일이니
아무리 영화적으로 다루기 매력적인 소재라 해도
쉬이 접근하기는 더더욱 어려웠을 터.
한 사람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이름'을 화두로 삼아
결국 잊혀젔던 진실을 마주하고 이름의 그 온전한 가치를 되찾는 과정을 통해
4.3 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왜 기억되어야 하는 지를 잘 설득해냈다
포스터에서도 이미 원탑 주연임을 멍백히 하고 있지만
이 과정을 120% 살려낼 수 있었던 데에는 염혜란이라는
걸출한 연기자의 공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여러 영화를 통해 증명된 연기력이야 거론하기가 입 아픈 수준이고
화면에 등장하지 않을 때에도 여러 측면에서 이야기 속에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야말로 '원맨캐리'를 스크린에서 구현해 내고 있다
한국 감독들 중에서 아마도 현역 최고령일 정지영 감독이
아직도 이 정도의 에너지를 발휘한다는 점도 무척이나 반갑다
46년생 팔순의 감독이 펼치는 내공이라니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마틴 스콜세지 같은 감독들의 활약을 부러워만 했었는데
우리에게도 그런 감독이 있다는 건 그 자체로도 좋은 일이니까
살짝 아쉬운 부분은 연출 자체가 굉장히 올드한 편이라
감각적인 것을 선호하는 요즘의 관객들에게 조금은 낯설지 않을까 싶다는 점과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하나로 만나는 부분이
4.3을 잘 아는 관객에겐 오히려 정해진 결말로 달려가는 듯한 느낌이 있어
극적 긴장감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점
그래서 첫 문장에서 오히려 4.3을 모르는 관객에게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썼는데 우리 역사에 무지할 수 밖에 없는 베를린 영화제 관객들의
기립박수 같은 걸 보면 묻혔던 역사를 좋은 영화로 알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왕사남이 단종애사를 잘 모를 어린 관객에게도 어필하는 것처럼)
4.3을 둘러싼 정치색 같은 것들은 아예 의도적으로 배제한 영화라
그런 면에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자녀들과 동반해서 꼭 한 번 극장을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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