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라흐마니노프와 팝
라흐마니노프는 태생이 대중음악가였습니다. 20세기 분위기를 예민하게 감지한, 제2 빈악파나, 민족주의의 분위기를 예견한 스트라빈스키, 졸탄 코다이, 벨러 버르토크와도 엄청난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는 차이코프스키가 확립한 러시아 낭만주의의 철지난 계승자였습니다. 귀족 출신이었고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미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평생을 몰락귀족의 느낌으로 살았습니다. 당시 유행을 만들어가는 비평가들은 유구한 음악역사의 맥락을 중시했고, 라흐마니노프의 이런 감상주의 취향의 저급함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만약 그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반열에 드는 피아니스트가 아니었다면 그는 작곡가로도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주목받던 작곡가들과 엄청난 정서적, 시대적 거리감이 있었고, 오히려 리처드 아딘셀 같은 미국의 영화음악 작곡가와 더 비슷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아예 대놓고 라흐마니노프가 영화음악이나 작곡하는 사람이라고 혹평을 하고 다녔죠.
그러나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에는 대중성 이상의 클래식한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시간의 시험을 통과함으로서 증명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이후 10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어떤 클래식 음반도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의 판매량을 넘지 못합니다. 오직 가장 위대한 피아노협주곡이었던 베토벤의 5번 협주곡만이 그에 버금가는 판매량을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라흐마나노프의 음악들은 팝으로도 곧잘 인용되었습니다. 아마 쇼팽 말고 이렇게 대중과 친숙한 클래식 음악이 또 있나 잠깐 생각해보니, 다른 이름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https://youtu.be/kHYgTfiQvIw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2악장 아다지오.
이걸 에릭 카맨이 멋지게 인용했고,
https://youtu.be/lK_tErs-d2Y
또 이걸 뉴욕의 자랑이었던 배리 매닐로우가 뻔뻔하게 배꼈습니다. 라임까지 비슷하게 따라한 걸 보니, 같은 작곡가의 곡에 영감을 받은게 아니라 뻔뻔하게 표절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ㅎㅎ
https://youtu.be/su5HtRjY38k
그리고 앞에 다른 회원분이 올려주신 피아노 협주곡 2번 2악장을 활용한 카맨의 또 다른 곡.
https://youtu.be/iN9CjAfo5n0
그리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https://youtu.be/DZTAXk2NOdc
크리스티안 치메르만 과 오자와 세이지, 보스턴 심포니의 연주입니다. 피아니스트마다 1악장 인트로의 걸음걸이들이 있죠. 치메르만의 곡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걸음걸이는 깊은 고민 끝에 나오는 단호한 결의가 무엇인지 잘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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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 2번하면 반 클라이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