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이재명에겐 '정치인의 용기'에 문제가 있다
https://www.facebook.com/zodiakus.kim/posts/10156234211821014
칼럼니스트 김종현님의 글 입니다.
너무 길어서 인상적인 부분만 퍼 왔습니다만 가급적 전문을 읽어보시길
필력이 엄청나시네요
1. 그것이 알고 싶다의 성남시+국제마피아파 관련 방송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의혹보도'. 의혹제기는
탐사프로그램의 의혹보도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의심은 충분한데 자칫 근거가 없으면 모함이 되거나 법에 저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꼭 전하고 싶은 '어떤 추정'에 욕심이 클 때, 중립적인 언어를 쓰더라도 방송 내용은 특정 방향을 가리키려 부단히 애쓴다. 동일한 정보를 다른 시각에서 다르게 조합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들을 하나의 방향으로만 엮곤 한다. 내 눈엔 이번 그알이 그러했다. 이재명 논란과 별개로 이는 동의하지 않는 방식이다.
4.
즉 그알의 방송 아이템은 의혹제기로선 유효하지만, 각 의문의 실체는 따져봐야 안다. 이 정도 근거를 조합해서 단정적으로 그리는 건 문제가 있다. 방송에선 말은 그렇게 안하면서도 의혹을 넘어 '어떤 추정'이 진실이라고 단정하고 이를 주장하려 의혹과 판정 사이의 경계선을 어정쩡하게 따라갔다.
그 결과 최대한 직접 언급을 피했음에도 방송을 본 사람들이 콕 집어 이재명의 조폭연루가 실제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몸은 뒤로 빼고 시선으로만 가리키기를 비겁하게 생각한다.
8.
그알의 방송에서 자극의 그래프들을 걷어내고 최소한으로만 보았을 때, 적극적 결탁은 꽤 무리한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한다 해도 결국 주변에 조폭인지는 몰랐다손 치더라도 가까이 하면 안되는 이들이 다가오는 것을 어떤 수준으로든지 감지한 상태서 그대로 둔 것이란 의혹까지는 물릴 수가 없다. 어쩌면 그는 정치인 주변의 다양한 인물 스펙트럼은 현실 정치판에서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은수미도 똑같이.)
이건 용기의 문제다. 이재명 시장의 선반박문과 그알편을 종합했을 때, 이재명에겐 '정치인의 용기'에 문제가 있다. 내게 있어 이게 이번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핵심 주제다.
9.
늘 그렇듯 이번 선반박문에도 잘 드러났지만, 이재명은 자신에게 핍박받는 열사의 서사를 부여하려 한다. 그런 핍박은 사회의 고루한 체제, 정치적 압박 등에 의하여 일어난다. 그러나 이지사의 핍박 서사에선 오로지 하나의 공격적 주체만이 등장한다. 그것은 자신을 두려워하여 견제하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세력이다.
이 세상이 불의한데 자신이 이를 깨려 하니 그 불의한 어떤 덩어리가 자신을 공격한다. 따라서 그의 핍박 서사에선 자신이 반박해야 할 일이 생기는 어떤 주제든 꺼내는 모든 이가 정치적 핍박의 주체로 그려진다. 세상은 열사인 그 한명을 막기 위해 온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망상에 가까워보이는 주장이다. 오 세상에, 아뇨 이재명씨, 당신은 아직 그 정도 깜냥이 안됩니다.
11.
그러니까 대권을 꿈꿨다는 정치인이 주변에 불의한 자들이 있는지 상시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 하여 시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으면, 너희들이 날 죽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같은 4살짜리 아이 같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 대신 죄송합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미처 살피지 못한 제 잘못이 큽니다라고 어른의 언어를 써야 맞다. 그게 용기있는 어른의 용기 있는 태도다.
12.
이 글은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의 전개방식에 대한 부정적 의견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어떤 습성에 대한 반대이지, 그알의 속성에 대한 반대는 아니다. 논란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앞서 그알 방송이 뭔가 꼭 전하려는 단정은 했는데 그 말은 못하고 짐짓 직접언급을 피하면서도 톤을 몰고 갔다고 썼다. 이걸 거꾸로 보면, 나는 그알 제작팀이 여러 이유로 방송에 내보낼 수는 없었지만 자신들이 보기에 확신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모종의 것들을 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껏 그알팀이 어떤 추정을 결론인 양 확신에 차서 밀고 나가는 장면을 본 게 한두번이 아닌데, 지난 이십몇년간 제작팀이 방송의 이런저런 송사에 휘말렸음에도 방송주제와 관해 잘못을 사과 하거나 소송에 패소할 만큼 무리한 걸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용기'와 '실천'을 엄청나게 지켜왔단 증거다. 그러니까 위에 언급한 어정쩡한 경계선이란 건, 그알팀의 최소 화력이 배치된 선이란 뜻이다. 이게 진짜 무서운 건데 이 지사가 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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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분은 프롤로그였지요. 그냥 시간 문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