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단상] 한반도 통일과 관련된 몇가지 조건 및 쟁점
통일과 관련된 발제글들이 올라와서 같은 맥락에서 또 다른 화두 하나를 던져보고자 합니다.
<통일을 가능케 하는 전제조건은 무엇인가?>
통일의 결과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시나리오를 짜서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한편으로 이러한 논의는 모두 통일이 되었다는 걸 가정하고 전개가 되는데,
문제는 가장 중요한 <통일>이라는 이벤트가 어떻게 가능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왜냐하면 북한이 붕괴하든, 붕괴하지 않든 어쨌든 통일이라는 것은 (1) 북한의 현 집권자 내지 다른 통치자가 주권을 우리에게 위임하는 것을 동의해야만 하고 아울러 (2) 주변 강대국들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내 헌법이야 어떻든 국제적으로 봤을 때 북한과 대한민국은 별개의 독립국가이며, 대한민국이 북한을, 북한 집권층의 동의 없이 합병하는 것은 그냥 국가 A가 국가 B를 합병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한반도의 통일을 당연히 양쪽의 합의 하에 통일이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무엇보다 중국 같은 경우 자국의 동의가 없는 통일을 수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독의 케이스와는 다른 게, 동독은 일단 민주혁명 후 기존 공산당 정부를 대체하는 신정부가 들어섰고, 그 신정부가 서독과의 합방을 자발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도 순탄치만은 않았던 게, 영국, 프랑스, 소련이 독일 통일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죠. 이들의 불안을 불식시키는데 있어 서독은 엄청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고, 특히 소련을 안심시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했습니다.
결국, 두 주권국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엄청난 국제정치적 사건이기 때문이죠.
19세기 일본을 예로 들자면, 일본은 조선을 합병하기 위해 먼저 조선을 개항시키고 조선에 일본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심어놓았고, 청일전쟁을 통해 조선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했고, 러일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마저 차단시켰으며, 궁극적으로는 영국과 미국의 승인을 얻어 조선을 합병시켰습니다.
사실 냉정히 까놓고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입장은 19세기 일본의 입장과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단 차이점은 남북 양국은 같은 민족이라는 것 (같은 민족이면서 다른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나라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표현이 너무 거칠어서 이게 무슨 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냉정한 국제정치적/지정학적 맥락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에 대해 직접 무력을 행사해서 무조건 항복을 받아낼 수 없는 이상, 북한 집권 엘리트 내지 관료층과 불편한 타협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큰 딜레마이죠.
그 외에 아래와 같은 쟁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저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 인구 2300만명에 달하는 이질적인 사회를 완전히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경제적 비용을 떠나서 통일을 위한 행정적 능력, 외교적 능력, 그리고 사회갈등 해소 능력 모든 측면에서 역량을 완전히 결여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대한민국에 와있는 2만 여명의 탈북자 (서독으로 망명했던 동독 수십만명 + 터키인 이주노동자 수 만명에 비하면 정말 조족지혈에 불과한 숫자) 조차도 사회에 제대로 통합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2300만명이야...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시키면서 북한과의 바람직한 이상적 관계는 무엇일까요?
어떤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까요?
저로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으로 북한과의 종전 그리고 평화적인 관계수립을 넘어 보다 관세동맹과 같은 창의적인 관계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우리나라의 기회비용은 사실 분단비용이라기보다 <휴전비용>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통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전시체제로부터 벗어날 필요는 분명 있지요.
하지만 이것도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다음과 같은 쟁점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1) 북한의 자치권 (또는 주권)을 인정하면서 어떻게 대외적으로 같은 국가처럼 행세할 수 있을 것인가?
- 예를 들어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설정하여 투자(대한민국은 북한에서 자유로운 투자활동을 보장받고)와 무역(대한민국의 상품은 북한에 자유롭게 유통되는, 또는 역으로 북한의 상품이 대한민국에서 무관세로 자유롭게 유통되는)에 있어 특수한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관계가 제3자와의 관계와 양립할 수 있게끔 만드는... 가령 WTO의 규범 또는 제3국과의 FTA와 충돌하지 않는지, 충돌한다면 어떻게 이를 합리화시킬 것인지에 고민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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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심도 있는 글이네요 어찌 이리 길고 논리적인 글을 술술 쓰실 수 있는지..
추천합니다